[데스크 칼럼] 자영업자 눈물을 닦아주려면

입력 2021-02-10 16:42   수정 2021-02-11 00:19

“얼마 전 유서를 작성했습니다. 어제부터는 카드연체자가 됐습니다. 제발 잠 좀 자고 밥 좀 먹고 싶습니다.”

지난 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기자회견에 나선 허희영 카페대표연합회장의 호소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고통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현금을 뿌려 이들의 눈물을 가리려 한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14조3000억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은 각각 7조8000억원, 9조3000억원 규모였다. 여당은 선별적·보편적 지원을 모두 포함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 지원을 위해선 20조원대 규모의 ‘슈퍼 추경예산’이 필요할 전망이다.
헬리콥터식 현금 살포
여당에선 자영업 손실보상제까지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들어갈 전망이다.

이 같은 지원책을 놓고 국내 최대 규모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선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나온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골병들게 만들어 놓고는 찔끔 약(재난지원금)이나 쥐여 준다는 지적이다. 한 상인단체 대표는 “당장 장사가 안 되는 상인에게 100만~200만원을 혈세로 줘본들 큰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지원이 나중에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사실을 상인들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현금을 뿌려대지만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다는 얘기다. 단순한 현금 지급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높아진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등 연속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을 안긴 최저임금의 일률적인 적용을 이제라도 규모나 형태별로 달리 적용해달라는 게 그들의 요구다. 무엇보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춰 소비자와 기업이 돈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소연한다.
병 주고 약 주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4.6%에 달한다.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다. 미국(6.1%)이나 일본(10.0%) 등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 자영업 비율이 높은 이유는 취업 전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차선으로 사업을 선택하고 있어서다. 충분한 경영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에 유입된다. 퇴출되는 수가 창업만큼 많은 것은 그 결과다.

OECD 보고서는 “(자영업자에게) 유동성을 지원한다고 해도 현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이전 수준의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책이 도리어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심으로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면 그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고 사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대책은 외면한 채 돈을 뿌릴 대상과 액수를 정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대 적용하는 법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이처럼 근본 처방은 외면한 채 현금 뿌리기에만 집중한다면 ‘선거용 포퓰리즘’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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